순식간에 완연해진 거제도의 봄 불과 하루차이 일 뿐인데, 2월28일과 3월1일이 주는 느낌은 너무 다르다.  2월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직 한파(寒波)로 중 무장한 겨울일 뿐인데, 3월은 생명들이 태동(胎動) 하고, 발기탱천(勃起撐天)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떠밀려, 카메라 하나 달랑메고 나선 주말의 낚시터.  아직 취학전(就學前) 인 듯한 아동들을 동반하고, 가족들과 삼삼오오 나들이겸 낚시를 즐기는 그곳엔 이미 겨울이 없었다.

 

장승포항 왼쪽편 신부시장에 면한 수협공판장에서 5구 방파제에 이르는 물양장 주변에는 주말 학공치 낚시에 여념이 없는 동네꾼들로 북적였다.  1만원 내외의 민장대 하나만 있어도 마릿수를 낚아낼수 있으니 아직 어린 자녀들에게도 현장학습의 기회를 빌미삼아 지갑을 열 여력도 충분하다.  낚아낸 학공치를 즉석에서 썰어내어 시식하는 모습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낮부터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는 모습 만 아니라면 주말의 장승포항 풍경은 더 없이 풍요롭고 다정다감 하다.

 

귀항하는 어선에서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구가 한껏 소란스럽다.  직접 썰어낼수 있는 손재주만 있다면 2~3만원어치 만 사도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횟감으론 충분해 보였다.  덤으로 집어주는 새우 한움큼에서도 거제도의 인정이 묻어난다.    쉼 없이 들고나는 어선들 사이에서 학공치를 낚아내려는 꾼들의 열정은 장승포항의 풍요로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3월을 맞은 거제도의 풍경은 관광객의 발길이 더해져 분주하기 이를데 없다.   고기를 낚는사람, 낚는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    출항 준비를 서두르는 어부들의 바쁜 손길과 산책나온 주민들의 발길이 시끌벅적한 항구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거가대교 개통 후 침체기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당당히 살아있는 장승포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인근한 능포 방파제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거제도의 가족 낚시터로서 그곳만큼 진.출입이 자유롭고 편안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라면 많은 낚시객들로 성시를 이룰 것이고 카메라에 담을 그림도 충분하리라는 예상하에 자리를 옮긴다.

 

능포 방파제 입구부터 비춰지는 뜻밖의 한산한 풍경이 다소 의아하다.  원투낚시를 즐기는 몇 명의 꾼들과 학공치를 낚으려는 어설픈 민장대꾼들이 열댓명 있을뿐이다.  한바퀴 돌아보려는데, 청어를 한망태기 들고 나오는 동네꾼들과 마주쳤다.  어림잡아도 백여마리는 충분할듯한 엄청난 마릿수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청어 따위가 뭐 대단하냐" 며 쑥스러워 하는 모습으로 서둘러 자리를 피해 버린다. 이곳이 한산했던 이유는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밝혀진다.  겨우내 무성하게 자란 몰(모자반) 이 원인이다.  아직 수온이 차가워 채 녹지 않은 몰 들이 기껏 잡은 고기를 휘감아 아마추어 수준으로 다가서는 가족낚시엔 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민장대가 대부분인 나들이 장비로는 이같은 조건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상황을 설명해준다.   방파제를 한바퀴 둘러보니 나름의 쓸 만한 조과도 있었다.

 

대구 등 민물낚시를 즐겨하는 내륙도시에서온 꾼들은 어떤 낚시를 하든, 많은 장비를 배치하는 특징이 있다.  몇대가 되었든, 자신이 가져온 낚싯대를 모두 투척해 놓는 이른 바 물량공세다.  낚싯대가 많다보니 여러대에 들어오는 입질을 한번에 파악하기 힘들어 방울을 달아놓는다.    속칭, 딸랑이 조법이라는 이 같은 낚시방법은,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불만도 불러오지만 넉넉한 장소에서는 꽤나 위력을 발휘한다.  이미 그들의 쿨러엔 좋은 씨알의 가자미와 쥐노래미가 담겨져 있어 물량공세의 진수를 보여준다.

 

거제도의 동네낚시에서 빼놓을수 없는 것이 숭어 훌치기다.   일부 어설픈 꾼들은 서툰 기술로 덤비다가 챔질 순간에 총알처럼 날아드는 훌치기 바늘로 인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위험하게 하는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숙련된 거제도 꾼들의 솜씨는 가히 경이적인 수준이다.  한두 마리 지나가는 숭어를 정확히 낚아채는 솜씨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밑밥통에 담겨있는 숭어는 머리통이 강아지 만 하다는 속칭 "개대가리급" 이었다.

 

장승포 해안도로 입구에는 벚꽃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매화가 벌써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아직 앙상하지만 대우조선소 주변과 옥포 도로변의, 벚나무에도 물이 올랐다.  머지 않아 꽃들이 만개하고 남풍이 불어오면 바다의 대류(對流)도 시작된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는 바다와 함께, 5짜 영등 감성돔 소식도 꾼들의 춘심(春心)을 흔들어 놓지 않을까?  바다가 그곳에 있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으니 거제도에 사는 기쁨이 그 어느때 보다 충만하다.    -신나는 낚시정보 사이트 태조FC "해원 書"-